대개 김광석하면 대구를 주로 떠올릴테지만 사실 그는 국민학교 입학 이전부터 종로구 창신동으로 이주하여 1975년부터 창신동에서 살기 시작했다. 김광석은 경희중학교 시절부터 현악부 활동을 하며 선배들로부터 음악을 배우고 기타를 메고 다녔다. 창신동은 그렇게 김광석이 어린시절부터 휘젓고 다니던 마음의 고향같은 길이다.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 즈음이면 늘 김광석이 생각난다.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부터 ‘바람이 불어오는 곳’까지. 수많은 명곡들 중에서도 가을과 참 잘 어울리는 곡들이 또한 많은 탓이다. 지난달 말, 채석장전망대 카페낙타에서 열린 추억여행 스케치 작은음악회 ‘가을 즈음에’를 다녀오면서도 그랬다. 대한민국이 낳은 싱어송라이터 김광석의 실질적인 창작활동 무대로 잘 알려진 종로 창신동과 더불어, 필자와 인연을 맺은 김태엽 시인의 감미로운 노래 또한 불세출의 가객 김광석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가을을 목전에 앞둔 작은 음악회지만 대규모 콘서트보다도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여러모로 신경쓸 부분들도 참 많았다던 김태엽 시인의 소감이 빛을 발했다. 매우 알찬 음악회였다. 유럽에서부터 한국을 찾은 프랑스인 가족부터 모든 예술인들이 한데 카페낙타에 한데 모였다.

“카페낙타의 예술문화 접목에 큰 힘이 되어준 정기숙 작가의 서포팅, 지속적으로 함께 해준 한정원 작가의 캘리엽서나누기, 문인이자 연주가로서 그리고 캘리그라퍼로서 항상 음악회에 노력해주고 있는 김병욱 작가의 색소폰 연주, 음악회 때마다 심금을 울리는 연주로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내는 은한 님의 해금 연주까지 온통 고마운 마음 뿐이었습니다”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에 더해 카페낙타 주인장인 김태엽 시인도 결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캐롤키드의 명곡인 ‘When I dream'부터 윤도현밴드의 ’사랑 Two', 북아일랜드 민요인 ‘You Raise Me Up’ 열창까지 평소에도 묵직하던 김 시인의 노래 목소리가 유독 더욱 가을밤과 잘 어울렸다. 심지어 약간의 눈물까지 지을 정도로 종로와 카페낙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었다. 김태엽 시인은 김광석사랑 작은 음악회에 주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별빛이 쏟아지는 창신동 골목길을 돌아 바람 타고 날아온 가을품은 낙엽의 소리들 주머니에 한가득 담아 날아온 소망 누구에게 줄까 남산을 바라보며 누군가에게 전해줄까 동망봉에 눈길을 보낸다 (중략) 가을아 가을 즈음 되거든 미리 화장하고 나를 기다려 줄래’ (가을 즈음에_김보선 작가)

귀한 가을 콘서트에 초청을 해준 김보선 작가는 이날 자작시 ‘가을 즈음에’를 낭독했다. 이전 카페낙타에서 전시와 출판기념회, 북콘서트 등을 함께 했던 김보선 작가는 이번 가을콘서트 후원으로 더욱 자리를 빛냈다. 최근 한국예술문화 명인으로도 선정된 김보선 작가의 작품은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 정태선 이사장, 가고시마 교구 박창규 신부를 포함한 관람참석자들에게 다양하게 전달되었다. 참고로 기사 작성일인 오늘부터 다음주 화요일까지 종로구에 위치한 명인 갤러리에서 김보선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시월이 깊어간다. 온통 가을로 가득한 카페 낙타는 서두에 언급했듯 필자가 좋아하는 김광석과 참 잘 어울리는 장소다. 김광석을 떠올릴 수 있는 분위기와 음색을 가진 주인장부터, 올망졸망하게 모여있는 소원카드와 더불어, 서울의 온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멋진 풍경까지 무엇하나 ‘가을’하지 않은 곳이 없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