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게르마늄이 풍부한 경남 함양군은 산양삼을 비롯해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함양 양파는 일반 양파에 비해 당도가 높고 단단해 저장성이 오래간다. 특히, ‘양파모종 정식기’의 도입으로 양파 생산량은 2022년 5만1000여 톤(611농가, 691ha)이 생산됐고 2023년에는 농가수가 소폭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량(5만5500여 톤)과 재배면적(701ha)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에 함양 양파 생산의 기계화 도입을 통해 함양군 대표 효자 품목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의 이홍주 부회장을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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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마늄 땅에서 자란 함양 양파, 효자 품목으로 자리매김
우리나라 양파 생산량은 전국적으로 전라남도가 46%, 경상남도가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함양군이 전체의 5%를 생산하고 있다.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의 이홍주 부회장은 “함양에서 양파를 재배하고 있는 농가는 500여 농가, 800ha로 전국 양파 생산의 5%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체 생산량으로 본다면 생산량이 많지는 않지만 5%라는 양은 한 해 양파 생산량에서 부족하거나 더 생산했을 때 양파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생산량으로 자긍심을 가지고 양파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양파 농사가 대부분 밭농사로 지어지고 있는 반면, 함양에서는 논농사로 양파를 생산하고 있다. 영양학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저장성에는 논농사에서 수확한 양파가 훨씬 오래 저장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농협은 밭농사에서 수확한 양파를 1차 수매한 후 판매하고 겨울까지 장기간 판매를 해야 하는 양파는 함양에서 수매해 저온 창고에 보관한다. “함양 양파는 6월에 수매해 다음해 1월까지 보관 및 판매가 가능합니다. 이처럼 저장성이 좋아 수매가도 일반 양파보다 좋은 편으로 차별화된 농사로 우리 농가가 조금 더 좋은 금액을 받을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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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모종 정식기’의 도입으로 인건비는 줄이고 생산량은 확대
어린 시절 논 1만평(약 3만3000㎡)에서 벼농사를 짓던 부모님을 보며 자란 이홍주 부회장은 성인이 된 후에는 수확을 마친 양파를 트럭에 싣는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고 한다. 하루 일당이 2만원이던 시절, 일주일 만에 30만원을 번 그는 부모님께 양파 농사를 지어보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양파 농사를 시작했다. 1997년 논 3000평의 바닥을 갈아엎고 양파를 심기 시작한 그는 한 푼 두 푼 모은 돈 2000만원으로 트랙터를 샀다. “당시에 기계라고는 아버지가 쓰시던 경운기가 전부였습니다. 트랙터로 인해 그래도 양파 농사를 지은 첫해 매출이 3000만원 정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현재 이 부회장은 1만5000평(5ha) 규모의 밭에서 양파 농사를 짓고 있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넓은 땅이지만 트랙터 및 양파모종 정식기(육묘를 본토에 옮겨심는 일을 도와주는 기계), 줄기절단기, 비닐수거기, 굴취기(흙을 털어 작물을 한쪽으로 모아주는 기계), 수집기(땅에 모아둔 작물을 거두어들이는 기계), 고소작업차(상차용 장비)등의 기계 덕택으로 넓은 땅을 혼자서 농사를 거뜬하게 짓고 있다. 이처럼 경남 함양군의 양파 농사는 전국에서 기계화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함양군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전국 10여 곳의 양파 주산지 중 기계 보급률이 가장 높다. 특히 함양에서 쓰는 양파 관련 농기계는 파종기·정식기·줄기절단기 등 8개 종류로 총 580여대에 달하고 있으며 인력난으로 인해 기계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함양 뿐 아니라 전국의 농촌에서 ‘인력난’은 현실입니다. 일손이 많이 필요한 모종 심을 때 필요한 만큼 인부를 불렀는데 정작 당일에는 필요한 만큼 인부가 오지 않아 모종을 버리기가 일쑤였습니다. 이로 인해 인건비는 부르는게 값이 된지 오래됐습니다.”
양파를 수확할 때 필요한 장비 가격을 모두 합하면 1억5000만원이 넘는다. 길어야 보름 남짓해야 끝나는 수확을 위해 사들이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하지만 함양군에서 농기계를 구입해 농민들에게 1% 임대료로 대여해주고 있다. 덕분에 농민들은 5000만원짜리 농기계를 1년에 50만원만 내고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함양군에서 기계화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노동력의 획기적인 절감 때문이다. 농가들은 노동력 절감으로 전체 과정에서 약 30%정도 인건비가 감소되었다. 사람이 수작업으로는 10a(300평)당 98.9시간의 노동력이 필요했지만 기계로 했을 때는 시간은 84%(16.3시간) 비용은 28% 절감되었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이 300평 규모의 양파농사를 지을 때 수작업의 경우 하루 8시간씩 12일 동안 일해야 하지만 기계로는 2일만 일하면 된다는 뜻이다. 이와 더불어 일반 방식인 20kg 망으로 수확해 저장하는 것보다 메시(철망)팰릿으로 저장하면 수매 비용 27%·수매 기간 57%·인력 60%가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양파농사에서 노동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농촌의 인력난 해소뿐 아니라 양파의 가격 경쟁력 확보와 농가 수입 확대까지 연결됩니다. 이처럼 인건비와 노동시간이 줄어들어 생산비가 감소되다 보니 중국산 양파와의 가격 경쟁에서도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지난 2020년, 농림부는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와 함께 의무자조금을 구성했다.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기에는 무리가 있어 농민들과 함께 십시일반 하자는 의미로 축산 농가처럼 의무자조금을 만든 것이다. 양파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관리위원장이기도 한 이홍주 부회장은 “양파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는 결국 농가의 이익을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나라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농민들 스스로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새로운 품종에 대해 홍보 및 판로개척 등 양파 산업이 호황을 맞이할 수 있도록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써야 합니다”고 피력했다.
함양군 전체 500여(800ha)양파 농가 중 100여 농가가 3ha(30,000㎡)이상 대농을 지으며 함양군 양파 재배 면적 절반 가량을 기여하고 있는 부분도 함양군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다. “농가에서 기계를 도입하면 50%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비가림 시설과 연작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약재비(2억 4,000만 원)지원도 아끼지 않는 등 군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함양이 양파 재배의 선진지로 자리 매김 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함양군과 농업기술센터 등 유관기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함양군이 전국에서 양파재배 기계화의 선구자로 거듭 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는 이홍주 부회장의 바람처럼 함양군이 전국에서 양파재배 기계화의 일번지가 될 수 있도록 기대해본다.